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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발코니와 블랙버드

by 빵나_ 202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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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교황의 지극히 사적인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은 가톨릭 역사상 충격적인 사건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요시 하는 신학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가르침과 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주류인 비유럽 출신 (아르헨티나) 성직자이면서 소탈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겸손함과 실천적인 신앙을 중요시하였고, 빈민과 약자를 돌보고자 하는 삶을 실천하는 분이었지요. 두 신앙인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신앙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대척점에 선 두 사람에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2인극’으로 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애초에 다른 케릭터들은 거의 나오지 않아요. 두 배우의 명연기로 다른 케릭터는 거의 삭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시종일관 심각할 것 같지만 둘 사이의 의외로 소탈한 대화와 ‘축구’ 이야기 등은 인간적인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들이 같은 신앙을 향해 가지만, 때론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지요.

 

시티오브갓, 콘스탄트 가드너 등 작품성있는 영화를 만들었던 페르난두 메이렐리스가 감독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이고,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몰입감있는 대화를 한참 듣다보면 실제의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를 엿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영화 속 비틀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블랙버드(Blackbird)’

 

   이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음악은 비틀즈의 명곡 ‘블랙버드(Blackbird)’입니다. 시작과 엔딩에 등장해 마치 작품 전체를 감싸 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폴 맥 경(sir)에 따르면 원래 이 노래는, 흑인 인권을 위한 음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작곡을 하계 된 계기가 60년대 흑인 시민권의 문제를 응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있다고 했어요. 그렇기에 가사 전체가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인상입니다. 실제로 믹싱할 때 검은지빠귀(blackbirds)가 지저귀는 소리를 넣기도 했지요. 검은 새가 부러진 날개로 어둠을 뚫고 날아오르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딱 2번 시작과 끝, 교황 선거때 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유럽권 사제임을 이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그는 최초의 비유럽권 교황이 되었고, 이때 흘러나오는 노래와 묘하게 맞물리는 듯한 인상입니다. 결국 출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딛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상징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약 8~9년 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심적으로도 꽤나 고통스러웠던 때였죠. 그때 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기에 인터넷과 서점을 뒤져가며 저를 다독여 줄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바로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연설이었어요. 이탈리아 청년들에게 하신 말씀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사랑하는 대학생 여러분, 사실상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덮쳐 오는 도전과 마주하지 않고, 도전을 피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도전을 마주하지 않고 그 도전을 피하며 사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도전이 있는 그곳에 뛰어 들어야 합니다.”  
(2013.11.30. 로마 대학생들과의 저녁 기도 때 당시 나눈 대화 중)

 

‘인생을 그저 구경하는 방관자가 되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 치열하게 살으라.’라는 메시지의 이 말은 당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더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격렬하게 고민하고, 잘 안되면 크게 낙담하고 화도 내고, 다시 또 간절히 바라는 걸 시도해보는 그런 반복적인 삶. 비록 쉽지 않았지만, 그게 제게는 후회 없는 삶이자 맞는 방향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 힘든 상황을 버티는 동안, 이 문장을 매일 한 번씩 읽으면서 제 자신을 다잡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훗날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그 시절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교황님의 배경과 삶을 되새기며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느닷없이 꺼내서 리뷰를 쓰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제 '안하던 짓'을 해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것 말고도 '안하던 짓'을 하게 된 것이 몇개 더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실천하는 소명의식, 부딧히고 싸워가는 중에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맞서는 그런 면모가 제게 큰 힘이 되어준 것처럼, 저의 '안하던 짓'들이 '하던 짓'이 될 떄까지, 그리고 그게 저에게 배어질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겁니다. 더 열정적으로 임할거에요.

적당히 힘든 일들은 또 적당히 지나갈 것이고, 계속 움직이다 보면 운 좋게 뭐라도 하나 걸릴 수 있잖아요? 원래 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굳은 결심으로 과정을 만들어가면 그게 제 가치관이 될 테고, 그 가치관은 곧 제가 되겠지요. 어쩌면 그 실패도 또 다른 기회일 테니까요.


의도하진 않으셨겠지만, 멀찍이서나마 교황님이 주신 위로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딘가에서건 블랙버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엇이건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설령 날개가 부러져도 저는 계속 움직여보려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흐름이 일관되지 않지만, 지금의 톤으로 개인적인 소감으로 마무리할게요. 

'두 교황'을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는 25년의 진정한 시작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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